며칠 전부터 손이 간질간질하더라.
손가락을 자세히 살펴보니 손에 화폐상 습진(동전모양의 습진)이 눈에 보였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손가락 피부에 난 울퉁불퉁한 무언가와 또 습진 마냥 살이 벗겨지는 모양을 보고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또 시작인가보다.'
늘 매년 여름 또는 겨울이면 계절이 바뀜을 알리는 알림마냥 나의 몸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한포진이었다.
한포진에 대해서 내가 의학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을 설명할 수 없지만 첫 아이 임신 이후부터 약 10년간 반복적으로 그 질병을 나았다 다시 발병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그 세월이 벌써 10년이 되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거의 동반자나 다름없었구나... 싶다.
큰 아이가 아토피로 인해 힘들어할 때, 나도 그 가려움을 한포진을 통해 경험했기에 아이의 고통을 전부는 아니지만 이해할 수 있었고 그 가려움을 참아내기가 얼마나 괴로울지 마음이 아팠다.
어느날은 아이의 아토피는 어느 정도 완화가 된 상태였고, 나는 한포진이 아주 극성을 부리고 있을 때였다. 손가락이 가려워 손가락 사이를 손가락끼리 비비고 긁고 하며 난리가 났다. 이런 나를 보더니 큰 아이는 나에게 "가려워도 참아야 해." 라는 말을 던졌다. 순간 내가 우리 아이에게 자주 했던 말인데...라며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그러고는 나에게 차가운 물을 묻히고 짜낸 손수건을 건네며 "엄마 가려운 부분에 닦아." 라고 했다. 내가 우리 아이가 아토피로 많이 가려워 할 때 수건에 차가운 물을 묻혀 그 가려워하는 부위를 닦아주었는데, 어느덧 이렇게 커 엄마의 가려움을 조금이라도 낫게 하기 위해 마음을 쓰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뭉클해졌다.
면역력이 약해져서 이렇게 피부 질병이 생긴다는데, 아이를 낳기 전에는 피부에 전혀 문제가 없던 내가 한포진으로 가려움을 수시로 경험하니, 이것도 참 곤욕스럽고, 또 나의 손과 손가락을 본 사람들은 보통의 손과 다르기에 적잖이 놀래기도 하였다. 그렇게 막 흉측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평범한 손은 아니었으니... 얼마나 설거지를 많이 하면 이렇게 손에 습진이 생겼냐며 걱정하는 지인들도 있었다. 설거지와는 크게 관련은 없었지만 손이 그렇게 되니 설거지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한포진은 손가락 피부 안에 동글동글 물방울 같은게 촘촘히 모여 있다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그게 터진다. 동글동글 작은 물방울이 보일 때도 간지럽고 터지고 나서도 간지럽고 그래서 긁으면 붉어지고 ... 알수없는 녀석이다.
초기에는 열심히 약을 먹으며 한포진 치료를 했지만 몇 년을 해도 제자리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 1년 동안은 한포진이 생기지 않았다. 그것도 요 며칠 손가락에 가려움을 느끼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오른손의 엄지손가락과 왼손의 두 번째 손가락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정말 그 부위는 굉장히 극소다. 근데 가려움은 강하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참 이런 조그만 부위의 가려움을 견디지 못해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긁는구나... 싶어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가려움이란 견디기 힘들다는 이야기겠지...
임신, 출산, 육아를 하는 동안 정말 내 몸의 모든 뼈를 갉아 아이를 위해 살았던 것 같다. 옛날 어른들은 아이를 출산할 때마다 엄마의 뇌 반쪽을 주는 것과 같다며, 정말 출산 이후에는 평소에 잘 기억하던 것들이 생각나지 않아 크게 당황했던 일들도 많았다. 아이가 아프면 내 허리가 뽀개지더라도 아이를 달래기 위해 하루 종일 아기 띠를 하고 있었고, 아이가 고열로 힘들어하면 밤을 새더라도 아이 곁에서 열 체크하며 물수건으로 손발을 닦아주며 비상대기를 했다. 엄마인 나는 희생을 하더라도 우리 아이가 괜찮기만 하면 편하기만 하면 다 오케이였다. 다 그만이었다. 더 바라는 것은 없었다. 모든 이 세상의 엄마들이 이런 마음이겠지...
또래보다 임신, 출산, 육아가 빨랐던 터라 내 친구들은 이제 육아에 입문하거나 아직 아이들의 나이가 어리다. 그 친구들을 만나면 "그렇게 애 안 써도 돼! 넌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네 몸 잘 살펴, 건강이 최우선이다. 네가 건강해야, 네 아이들도 네 가정도 행복한거야." 라는 말을 계속 한다. 엄마들은 무의식적으로 아이가 육체적으로 아프고 또는 전체적인 발달이 느린 것을 발견하게 되면 다 자기 탓을 한다. 무섭게도 엄마 스스로를 자책하고 채찍질한다. 그런 모습이 예전에 나와 닮아 있어 엄마들이 그런 자책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한포진으로 시작해서 육아의 힘듦을 이야기하고 마무리하게 된 것 같다.
무엇보다 건강해야 우리 아이들을 키울 힘도 있지 않겠는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 엄마는 없고,
처음이라 서툴지만 그 누구보다 마음은 진심인, 아이에 대한 사랑은 가장 위대한 '엄마' 라는 두 글자!
정말 '엄마' 가 되고 나서야 '엄마' 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엄마 고마워요. 사랑해요.
'일상생활 >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포진.. 이제 피가 나다. (0) | 2023.03.17 |
---|---|
한포진 약 22일 뒤... (2) | 2023.03.12 |
갑작스런 죽음 (0) | 2023.02.12 |
독새기(독세기), 무슨 뜻일까요? (0) | 2023.01.22 |
[제주여행/제주맛집] 스시 오마카세 맛집, 스시망고 (0) | 2023.01.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