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잠자리를 독립한 아들 방에서 근시완화안약과 인공눈물을 넣어주고 기도해주고 안방에 가서 잠을 자고 있다. 어제도 마찬가지로 똑같이 그런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안약을 넣어주는 나를 보며 아들이 엄마 코 옆에 선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나는 '주름이지.'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은 딸이 갑자기 울먹이더라... 일단 아들 안약 다 넣어주고 기도해주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딸은 계속 울고 있었다.
"딸, 왜 우는거야?"
"엄마가 주름이 생겼다고 했잖아. 주름은 늙었다는건데.. 엄마 늙은거야?"
라고 하면서 엉엉 울더라...
당황스러운 딸의 반응이 귀엽기도 하면서 웃겼다. 딸은 심각한데 이 상황에 내가 웃어버리면 안되고 또 딸이 심각해지면 안되니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가 관리 열심히 할게, 주름 잘 안 생기게."
그리고 딸이 이렇게 말했다.
"엄마, 근데 엄마는 내가 크면 죽는거야. 엄마 지금 몇 살이야? 내가 어른이 되면 엄마 늙어서 죽는거야?" 라고 물어봤다.
아들도 이 맘 때쯤 '죽음'에 대한 인지를 했었던 것 같긴 한데, 우리 천국에서 만나자! 괜찮아! 엄마는 항상 같이 있을거야!라고 대답을 아들에게 했었고 아들은 내 손을 꼭 잡으며 조용히 울었던 것 같은데...
딸의 이런 질문은 새로웠다.
"아니, 엄마 괜찮아, 엄마 너가 어른돼도 살아있어. 걱정하지마. 같이 있을거야."
"나중에 엄마, 아빠 나이 들어서 다 죽으면 오빠는 결혼을 한다고 했고 나는 혼자만 남는데.. 그럼 누구랑 살지? 이모도 죽을 거고 삼촌도 죽을 거고 왜 나는 늦게 태어난거야.... 나 혼자 남는거야..."
라고 하면서 오열을 시작했다.
나의 '주름'이야기가 이렇게 딸의 마음을 슬프게 할 줄이야...
혼자 남겨질까봐 걱정되고 두려워하는 딸을 보면서 참 '죽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는 것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엄마인 나는 우리 딸을 위해 어떤 말을 해줘야할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딸을 진정시키고 같이 기도했다.
보통 내가 기도하고 딸이 더 기도하지는 않는데 어젯밤은 엄마, 나도 기도할게. 라고 하면서 내가 기도를 마친 후 딸이 기도를 했다.
"하나님, 엄마, 아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게 해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순수한 우리 딸, 그 기도에 내 마음마저 따뜻해졌다.
이런 이야기를 남편에게도 전했는데..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죽는 건 순서가 없는데...."
하하하... ㅋㅋㅋㅋㅋㅋ
사실 딸에게도 그런 의미로 꼭 엄마가 먼저 죽지는 않아, 이렇게 뭔가를 전달하고는 싶었으나... 왠지 딸이 이상하게 받아들일까봐 그냥 아무말도 못했다.
그런데 남편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그래 우리 남편이니깐 ㅋㅋㅋㅋㅋㅋT니깐 ㅋㅋㅋ할 수 있지 ㅋㅋㅋㅋㅋㅋ
싶었다.
그럼 딸과의 에피소드 끝,
그나저나 딸의 근심을 덜기 위해 주름 관리를 하긴 해야겠다.
내 주름이 늘 때마다 딸이 엄마가 늙어간다. 곧 죽을 시간이 다가왔다. 생각할 것 같다.
웃프다...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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