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상상도 못할 일을 얼마 전에 해냈다.
아이들을 두고 여행가기.
2박 3일 해외로 여행가기.
아들은 올해 10살, 딸은 8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절대로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는데.
처음에 계획을 짤 때만 해도 뭔가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이래도 되는 건가?
과연 내가 아이들을 두고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괜히 아이들이 나를 잡을까봐
쉬쉬하며 여행 그 전 날까지도 말하지 못했다. 말하지 않았다.
(나도 참 독하다. ㅋㅋ)
그런데 남편이 자연스레 밥 먹다가 이야기를 꺼냈고,
그 시간부터 우리 아들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난 봐버렸다.
엄마와의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엄마 정말 가는 거냐고. 엄마가 나를 버렸다고.
엄마 못 가게 할 거라면서...
여행 당일 이른 아침. 남편이 데려다 주겠다고 하며
아이들도 전날 밤에 엄마 배웅 같이 가겠다고 하여 일어나 있었다.
사실 여행 전날 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아들이 계속 흐느끼며 울었다.
엄마가 진짜 내일 여행을 가는 거냐고 집에 없는 거냐면서
그러다가 코피도 여러번 터져서... 좀 웃픈 상황이 연출되었다.
울기만 하면 코가 자극되는지 코피가 나와서
나도 우는 아들을 보며 속상해서 눈물을 훔쳤는데, 자야하는데 코피가 계속 터지니...
아들에게 눈으로만 울고 코로는 울지말라고 타일렀다.
어쨌든 여행 전날 저녁 아이들과 찐하게 놀아줬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되어 남편이 나를 배웅해줬는데,
헤어지는 그 순간에 아들이 내 다리를 붙잡으며 어찌나 울던지...
아구.. 미안하다. 아들아.
여행을 가서도 영상 통화를 하는데, 첫날 밤에는 아들이 대성통곡을 하며
엄마 없이 자야 하는데, 엉엉 운다고
여행 다녀와서 남편이 하는 말이
꼭 아들이 연인과 헤어져서, 연인과 이별해서
우는 울음과 서운함. 서러움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즉 실연당한 남자 같았다고...
어쨌든 나는 2박 3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아이들과 남편이 내 어깨와 머리에 올라와 있는 듯한 이상한 기분은 들었지만 ㅋㅋ
좋은 곳과 좋은 것을 보니 우리 가족이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나보다.
우리 딸은 정말 담담했다.
사실 지난 번에 하루 정도 나와 떨어져 있던 경험이 있어서
오히려 오빠에게,
오빠, 나 그 때 엄마 없이 아빠랑 잘 잤다면서. 타이르기까지 했다.
이럴 때 보면 참 막내지만 의젓하다.
아이들은 내가 돌아오니,
남편 말로는 엄마가 와서 어리광 부린다고 ㅋㅋㅋ
아빠랑 있을 때는 안 그랬다면서 ㅋㅋㅋ
그래도 건강하게 다시 만날 수 있어 감사했다.
남편이랑도 여행 전 날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훔쳤는데.
아이들을 두고 간다는 게 처음이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우니 남편은 그럼 여행가지마라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울면서 내가 남편에게 했던 말
"여보, 처음만 이렇게 슬플거야. 지금 이 고비를 잘 넘기면 다음엔 좀 더 수월할거야. 난 또 여행을 갈거니깐."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남편이 빵 터져서 웃었다. ㅋㅋㅋㅋㅋ
늘 항상 언제나
처음은 어렵다.
아이들과 나도 몸과 몸이 하나인듯 일체인 상태로 있었는데,
이걸 분리해가자니
서로의 의지가 필요한 것 같다.
점점 분리가 되고 고유의 영역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또 다른 성장의 길로 간다는 것을
근데 여행 이후로
내가 어딜 간다고만 하면
우리 아들은 무조건 따라가거나 같이 하려고 한다.
나의 2박 3일 여행 후유증일까?
그래도 아빠와의 찐하고도 찐한 2박 3일로
좀 더 사이가 돈독해진
아빠와 아들, 딸을 보고 있으니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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