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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교육과 육아

분리

by 행복한쥬이 202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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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분리' 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뱃속에서 열 달을 품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낳았지만 정말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한 몸인 것처럼 생활해야 한다.

그래서 정말 분리라는 건 생각도 상상도 해본 적도 없다.

 

육아하면서 양가 부모님의 도움은 받지 못했고, 그나마 여동생이 옆에서 그 어린 나이부터

조카 돌보는 일에 함께 힘써 줬다.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 껌딱지' 였고, 예민한 편이라 나와는 떨어져 지낼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라서는 나의 팔꿈치를 만지면서 잠을 자는 습관도 생겼다.

아들, 왜? 엄마 팔꿈치를 만지면서 자고 싶어?
엄마, 엄마 팔꿈치가 정말 보들보들해.

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정말 내 팔꿈치가 보들보들한지 만져보기도 했다.

뭔가 일반 살에서 느낄 수 없는 다른 촉감이긴 했는데,

아들은 이 촉감이 자기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 같았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니,

어떤 선배맘이 자기 아들은 엄마의 팔 안쪽을 만지면서 자는 버릇이 있었다고

생각보다 오랫동안 그렇게 엄마의 팔 안쪽을 만지면서 잤다고 했다.

 

지금은 우리 아들, 딸

잠자는 것을 무서워하는데,

잠을 잔다는 것이 주는 공포와 불안은 정말 큰 것 같다.

 


 

아들이 팔꿈치를 만지는 버릇은 잠을 잘 때 뿐이 아니라 내 기준엔 심심하면, 근데 본인 기준에 불안할 때? 였을수도

만졌다.

여름일 때는 반소매이니 크게 불편한 건 없는데,

겨울이 문제다.

옷을 많이 껴입는 편이라 그 팔꿈치를 꺼내기까지 정말 소매를 걷고 걷고...

그 소매 안을 파고 들어가는 아들 손을 그냥 못내 기다려준다.

본인도 불편하겠지.

 

그런데 우리 아들도 점점 커서 초등학생이 되고

그 빈도수가 현저히 줄었다.

참 신기한 것 같다.

 


예전에 내가 약속이 있어

아이들을 남편이 집에서 본 적이 있었다.

벌써 5-6년 전 일이다.

우리 남편이 카레를 만들겠다며 아이들을 두고 집 앞 정육점에 다녀왔다고 한다.

그 때 아이들 나이가 5살, 3살 정도 였을 것 같다.

집 앞이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남편은 나갔는데...

사실 나는 절대로 아이들을 두고 나가본 적이 없던터라...

근데 어쨌든 남편은 나갔고, 아빠가 나가자 아이들도 곧이어 밖으로 나갔나 보더라.

그 때 우리집은 1층이었다.

아이들이 공동 현관 밖까지 나왔고 울면서 아빠를 찾으러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다행히 동네 친한 언니의 남편이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와 있었고

우리 아이들을 발견하고 데리고 있었다고 한다. ㅜㅜㅜ

이 이야기도 남편한테 들은 게 아니라 친한 언니에게 들은 사실 ㅜㅜ

참..

남편의 대범함에

그리고 정말 아무일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근데 그 때 그 일로 우리 아들은 단 1분 1초도 집에서 혼자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뭐 그 전에도 시도한 적도 없는데, 그 때 그 일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지,

엄마, 아빠 없이 요 앞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것도, 분리수거를 하는 것도 어려웠다.


근데 진짜 아이가 컸는지 9살 작년부터는

아주 잠깐 요 앞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는 그냥 다녀올 수 있었고,

뭐 1층 이다보니 아이들이 엄마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했다.

그리고 편의점도 다녀올 수 있었다.

더욱더 신기했던건, 아들, 딸 둘 만 편의점에 가서 필요한 과자를 사고 계산도 하고

집에 올 수 있던 일이었다.

사실 이 정도도 엄청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다.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하고 여기저기 일이 많다 보니 아이를 두고 밖을 나가야 되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엔 아들이 이런 부탁을 응해줄지 걱정했는데,

 

엄마, 휴대폰만 두고 가면 갔다 와도 돼요.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아들은 아직 휴대폰이 없다.

대신에 한 달 전에 내 휴대폰을 사면서 추가로 구매한 애플워치를 대신 채웠다.

이 애플워치는 나의 휴대폰과 똑같다. 다시 말하면 나에게 온 연락을 아들이 다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나한테는 전화를 할 수 없지만 기록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화도 할 수 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휴대폰만 두고 가면,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영상이나 게임을 시청할 수 있게 하면

아이들만 두고 잠깐 일을 보러 나갔다 올 수 있었다.

 

아이는 나랑 남편이 밖으로 나가면 5분 안으로 전화를 한 번 하고

그 뒤로 통화에 성공이 되면 더 이상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30분에서 1시간 정도 동생과 함께 집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컨디션이나 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아 이젠 분리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다.
나와 아이들이 분리될 거라는 일.
아들이 엄마 껌딱지라서
언제나 항상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딸은 자조도 높고
독립적이라
사실 외출을 할 때에도 딸의 허락은 구하지 않고
아들의 허락을 구하고
둘만 집에 두고 나가는 격이라...

뭔가 기분이 오묘하다.
이렇게 또 각자 새로운 전환점에서 성장을 하는 것이겠지

요즘 아들은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일에 굉장히 흥미를 가지고 
즐거워하고
열정이 있고
적극적이다.

얼마 전 아들, 딸 발레 학원을 등록했는데
원장님께서
딸이 1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한 발레 인재라며 영재라며
정말 극찬을 하셨다.
아들은 몸치지만 삐뚤어진 균형을 위해
방학 중에라도 잠시 다녀보려고 한다.

왜? 영재라고 생각하시는지 여쭤보니
1. 유연성
2. 동작의 정확성
3. 집중력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근데 발레에서 가장 중요한 건 
'키' 라고 하셨다.

요즘 무용단의 키는 165cm~170cm 가 표준이라고 한다.

이 표준보다 작거나 너무 크면 
무용단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능 ㅜㅜ
그래서 아이가 더 커봐야 확실히 알 수 있다고 하셨다.

우리 딸이 좀 유연하기도 하고
예전 유치원 방과후 발레 선생님도
한번 발레학원에서 상담받아보라고
담임 선생님을 통해 권하시긴 했는데,
그냥 잘한다고 생각하시나보다 하고 넘기기도 했고
그 때 당시 가까운 발레 학원이 없어서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근데 이번에 이렇게 기회가 되어
발레 학원을 등록해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선생님들의 눈은 참 정확하구나!
다시한번 깨달았다.


문득,
우리 아이들이 많이 컸구나!
생각이 들어 뿌듯하기도 하고,
또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하나? 걱정하기도 하고...

내가 하는 것이 아니기에
온전히 주님께 맡기고
날마다
겸손하게
지혜를 구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지금까지 인도하신 은혜,
이렇게 자라게 하신 은혜,
하나님의 선한 손이 우리와 함께 하여 주심에 정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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